가스레인지가 어느 날, 갑자기 딱 안 나오는 경험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점화 손잡이를 돌리면 가스 나오는 소리는 들리는데, 불이 점화가 되지 않는 그런 경우. 며칠 전 만난 친구가 가스레인지에 갑자기 불이 안 붙어서 급한 대로 라이터로 불을 붙여서 쓴다고 하더군요. 여기저기 알아보니 사용하고 있는 오븐과 일체형인 빌트인 가스레인지가 단종된 제품이라서 시공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거예요. 20년 정도 된 아파트다 보니 이젠 가스마저 속을 썩인다며 우울해하는 친구에게 제가 제안을 했죠. 우리가 직접 한 번 해보면 어떨까? 뭐든 열심히 알아보고 노력하면 어떻게 되지 않겠어? 시공 맡기는 거 보다야 힘은 들겠지만 돈은 세이브되겠지. 같이 해보자! 그렇게 시작된 저의 셀프 가스레인지 교체 과정을 공개합니다.
가스 쿡탑 매립형 가스레인지 셀프 교체
(feat. 하츠 3구 전기코드식 HGR-3050 CKS LNG)
가스를 교체하지 않고 고쳐서 써보려고 많이 알아봤는데요, 20년 정도 사용한 가스레인지가 점화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교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교체? 그거 뭐 어려워? 하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가스레인지가 아파트 시공 때 빌트인으로 설치된 오븐과 한 몸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거죠. 저희는 3가지의 옵션을 두고 고민을 했습니다. 1. 오븐과 가스레인지를 다 뜯어내고 새롭게 빌트인을 제작해서 설치한다. 2. 오븐과 가스레인지를 뜯어내고 오븐이 있던 자리에 싱크 하부장을 제작하고 그 위에 새 가스레인지를 얹는다. 3. 오븐은 사용하지 않고 위의 고장 난 가스레인지만 새것으로 교체한다. 10년이 넘도록 오븐 문도 열어보지 않았다는 친구는 가장 돈이 적게 들고 우리가 그나마 도전해 볼만한 3번으로 선택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스레인지 철거와 새 제품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이 가스레인지가 저희가 철거를 해야 할 녀석입니다. 가장 오른쪽 점화 손잡이 밑에 제가 표시한 빨간색 박스 보이시나요? 거기에 브랜드와 모델 번호가 적혀있는데요, 여기저기 견적을 낼 때 알아두시면 편합니다. 기존 제품이 무엇인지 알면 사이즈가 바로 나오기 때문에 빠르게 견적을 받아 볼 수 있어요. 새로 설치할 모델에 따라서 가격이 차이가 나지만, 기존 제품 철거와 새 제품 설치까지 대략 35만 원에서 40만 원 정도로 견적이 나오더군요. 그러면 알뜰쟁이들은 또 바로 궁금해지죠. 그럼 가스레인지만은 얼마지? 집에서 거의 요리를 하지 않는 친구의 선택지는 조금 더 저렴한 3구를 선택했고, 저희는 가스레인지의 가로와 세로의 길이를 재보고 같은 사이즈의 3구 제품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에서처럼 기존 제품의 가로는 58cm, 세로는 51cm 데요, 이 사이는 가스레인지 사이즈이고, 이것보다 더 중요한 사이즈는 바로 상판 따내기 사이즈입니다. 저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는 밑으로 매립이 들어가는 부분의 사이즈죠. 그 사이즈는 저 가스렌인지를 뜯어내야지만 정확하게 잴 수가 있습니다. 제품을 알아보기 전부터 난감했죠. 정확하게 제품을 구입하려면 일단 저걸 뜯어야겠구나...
일단, 가스 밸브가 잘 잠겨있는지 확인부터 하고 작업을 시작합니다. 가스레인지를 뜯어내기 위해 전동 드라이버로 나사를 푸는데 왼쪽 하단 점화구의 나사가 정말 그야말로 죽어도 안 돌아가는 거예요. 와, 정말 꼼짝도 하지 않더군요. 힘으로 들어 올리려고 해도 얼마나 견고하게 박혀있던지 힘으로는 어떻게 안 되더라고요. 안타깝지만 이 날은 그 나사 하나 때문에 포기하고, 다음날 WD방청윤활제와 뺀찌를 가져와서 재 시도를 했습니다. 윤활제를 넉넉히 나사에 뿌려서 충분히 스며들 시간을 준 후, 뺀찌로 나사 머리를 마구 때린 다음 드라이버를 돌렸더니 그제야 풀리더라고요. 그렇게 그놈의 나사를 제거하는 데 성공하고 드디어 가스레인지를 들어 올렸습니다. 참, 가스레인지 뒤에 전기 코드 뽑는 거 잊지 마세요.
들어내니 안에 엄청 복잡한 선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 미리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과감하게 니퍼로 선들을 잘라냈죠. 제 니퍼가 시원치 않아서 두꺼운 구리선 자르는데 애를 좀 먹었습니다. 여러분은 좋은 니퍼 꼭 미리 챙기시고 작업하세요.
선을 다 자른 모습입니다. 오븐은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니 미련 없이 깨끗이 정리를 했습니다. 이제 상판을 따 냈으니 사이즈를 정확하게 잴 수 있죠. 따내기 사이즈는 가로 560mm, 세로 480mm. 이 사이즈는 주로 예전에 설치된 경우의 사이즈입니다. 요즘에 시공된 제품의 사이즈는 가로 560mm, 세로 430mm로 50mm의 차이가 나니 반드시! 꼭! 꼼꼼하게 확인하셔야 합니다.
새로 올려놓을 가스레인지를 알아보니 요즘 사이즈 제품을 훨씬 더 많이 판매하더군요. 560mm * 480mm 사이즈 제품은 종류가 많지 않았어요. 그중에 하츠 제품이 가장 저렴해서 하츠로 구입을 했습니다. 무료배송에 149,500원을 주고 주문완료! 참고로 저 가격의 제품은 제가 사자마자 품절이 되어버렸습니다. 현재는 20만 원 대로 판매 중이에요. 왠지 제가 가장 싸게 산 것 같은 이 기분! 이럴 때 기분 괜히 좋잖아요. 싸게 샀는데 바로 품절이 됐을 때. ㅎㅎ
이틀 만에 이렇게 포장이 잘 된 제품이 도착했습니다.
박스에 따내기 치수가 정확하게 일치해서 받자마자 안심이 됩니다. 이제 설치만 하면 되는군요.
새 제품은 언제나 기분을 산뜻하게 하지만 가스렌인지마저 기분이 좋을지는 몰랐네요. 깨끗한 이 친구를 잘 설치해 줘야죠.
철거는 힘들었는데 설치는 정말 쉽네요. 포장을 뜯어서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사이즈가 완벽하게 잘 맞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뒤에 코드 꽂는 거 잊지 마시고요. 이제 도시가스에 전화해서 가스만 연결하면 됩니다. 가스 연결할 때 제품을 들어 올려서 밑에서 작업하시니까 가스레인지를 다 밀어 넣지 않고 살짝 얹어만 놓으시면 기사분이 조금 더 편하게 작업하실 수 있습니다. 예약은 미리 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저는 3일 전에 미리 예약을 해 놓았습니다.
가스 연결을 마치고 이제 설치는 끝이 났습니다. 추가로 교체할 것은 없어서 가스 연결비만 18,000원 결제했습니다. 카드 결제 현장에서 가능합니다. 자, 이제 가스를 켜봐야죠! 기사님의 손이 점화 손잡이로 가는 순간만을 기다리던 그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긴장을 했었던지... ㅠㅠ
퐈이아!! 오오오, 불이 붙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활활!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저도 모르게 우와, 된다! 소리를 질렀더니 기사님께서 웃으시더라고요. 이렇게 성공적으로 가스레인지 셀프 교체를 마쳤습니다. 금액 적으로도 이득이지만, 설명할 수 없는 벅찬 성취감은 돈으로 절대 계산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역시, 무엇이든지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해 낼 수 있다는 저의 믿음이 더욱 견고해지는 날이었습니다. 여러분도 가스레인지를 교체할 시기가 왔다면 직접 한 번 도전해 보세요. 기존 것 뜯어낸 후, 정확하게 사이즈를 재서 맞는 제품을 구입하고, 위에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단, 철거할 때 전동 드라이버(필요시 WD방청윤할제와 뺀찌), 잘 드는 니퍼, 청소할 때 사용할 물티슈와 쓰레기봉투, 마스크, 작업용 장갑 준비 꼭 하시고요. 해당 지역 도시가스에 미리 예약하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 기계를 잘 모르는 저도 성공적으로 교체했으니 여러분은 분명히 더 잘하실 수 있습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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